2018-01-20

문재인정부 도시재생정책


‘도시재생 뉴딜’로 도심 살린다

등록 :2017-05-18 18:29수정 :2017-05-18 19:19 한겨레


김수현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가 주택·도시 정책을 총괄하는 청와대 사회수석에 임명된 이후 정부의 부동산 정책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석은 이번 대선에서도시재생 뉴딜’ ‘공적임대주택 연간 17만가구 공급 부동산 공약을 설계했고, 앞서 참여정부에선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도입 부동산 정책에도 깊숙히 관여했던 인물이다. 이에 부동산 업계에선 부동산 보유세가 다시 강화되는 아니냐는 여러 관측이 무성하다.



김수현 사회수석이 16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정기획자문위원장 인선과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는 가계부채 급증과 부동산시장 불안에 따라 지난해 ‘11·3 부동산 대책 내놓으면서, 정책 기조의 초점을시장 활성화에서안정적 관리 옮겨간 상황이다. 이런 기조가 정부 들어 갑자기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라, 취약계층 주거복지 확대와 서민·중산층 주거안정 등에 정책 역량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대통령의 부동산 1 공약이었던도시재생 뉴딜' 우선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 도시재생은 재개발·재건축 철거를 동반한 전면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동네 본모습을 유지하면서 커뮤니티센터, 주차장 공동이용시설을 짓는 사업이었다. 그러나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은 기존 방식에 더해 일부전면 철거' 방식과 역세권 개발, 공유재산 활용 등이 결합해 패러다임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주거공간 개선에 그치는 아니라 문화·업무공간, 상업공간, 혁신공간 등을 조성해 다양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세입자·영세상인 등도 함께 보호한다는 뜻에서뉴딜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대선 공약에선 10조원씩 예산을 들여 5 500곳의 도시재생을 추진한다는 목표가 제시됐으나, 실제 사업 규모는 다소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사업성을 높이고 리츠 형태로 민간의 참여를 끌어들이는 지역 여건에 맞는 다양한 도시재생 사업 모델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공적임대주택 17만가구 공급을 위한 실행 계획도 마련할 계획이다. 공적임대주택 17만가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기관이 공급하는 장기공공임대 13만가구, 민간이 소유하되 공적 지원을 받는공공지원 임대주택' 4만가구로 구성된다. 국토부는 연초 올해 장기공공임대 공급 목표를 12만가구로 잡은 있어 올해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 그러나 내년부터 4년간 52만가구 공급을 위해선 택지를 확보하는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안정적인 택지 확보를 위해선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신규 지정이 중단된 대규모 공공택지를 수도권에만 2~3곳을 찾아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해 공급 조절이 필요하다며 대규모 공공택지 개발을 중단한 있다.

공공지원 임대주택 연간 4만가구 공급은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 재편하는 작업과 맞물릴 것으로 예상된다. 뉴스테이의 공적기능을 강화해 공공지원 임대주택으로 흡수하면서 현재 아무 제약이 없는 초기 임대료를 낮추는 동시에 입주자 자격 요건도 일정 소득 이하 무주택자나 신혼부부를 우대하는 쪽으로 개선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엘에이치가 뉴스테이 리츠에 토지를 출자해, 사업 안정성을 높이면서 민간기업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종부세 부동산 보유세 강화는 대선 공약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에서장기 과제라는 단서를 달기는 했지만, 부동산 보유세(재산세+종부세) 국내총생산(GDP) 대비 0.78%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있다. 전문가들은 정도 목표라면 채를 소유한 중산층의 세부담을 늘리지 않고 고액 부동산 보유자에 대한 세율을 인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예컨대 현재 1가구1주택자는 공시가격이 9억원을 넘는 주택(2주택 이상은 6억원 초과) 한해 종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이런 과세 기준을 변경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Busan Yeongdo Area Decay

시골만큼 심각한 '도심 소멸'… 20년 뒤에 부산 영도는 없다?
Chosun.com 2018. 1. 20. 부산 권승준 기자








지난 13일 부산 영도구 A아파트. 10대 청소년 4명이 이런 말을 하며 아파트 계단에 들어섰다. 이들은 건물 2층과 3층 사이에 자리 잡은 뒤 담배를 꺼내 물고 큰 소리로 잡담을 나눴다. 아파트 복도에다 노상 방뇨도 했다. 한 70대 주민이 아파트 공동화장실에 물을 길으러 나왔다. 청소년들을 보고도 별말 없이 돌아섰다. 이들이 2시간 넘게 시끄럽게 떠들어도 제지하는 이가 없었다. 이곳에 사는 한 주민은 "어차피 사는 사람도 없는 곳인데 맘대로 놀게 놔두라"고 말했다. 그 말대로다. 총 4개 동에 250가구가 살 수 있는 이 아파트 단지엔 지금 13가구만 살고 있다. 대부분 고령인 주민들이라 공동화장실을 갈 때 외엔 밖으로 나오는 일이 드물다. 그 때문에 아파트는 사람이 전혀 살지 않는 건물 같았다. 단지 앞마당엔 잡초와 쓰레기가 가득했다. 아파트 내부도 오랫동안 청소를 하지 않아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먼지가 날리는 게 눈에 보였다. 밤이면 가출 청소년이나 노숙자들이 빈집에 숨어들어 술을 마시거나 잠을 잔다.

같은 날 밤 동구 초량동의 한 골목에서도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다. 문이 열려 있는 빈집에 노숙자 2명이 들어앉아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100m 넘게 이어진 골목 양쪽에 있는 11채의 집 중에 사람이 사는 곳은 두 채뿐. 인근에 사는 주민 김영훈(55)씨는 "밤이면 밤마다 이 골목 빈집에 노숙자들이 와서 잠도 자고 떠들어 대는 통에 화가 나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했다.

두 동네는 한때 번성했던 부산의 구(舊) 도심이 처한 현실을 압축해 보여준다. 인구가 줄고 빈집이 늘면서 슬럼이 된다. 거기에 질린 주민들도 차츰 동네를 떠나게 된다. 부산 영도구와 동구는 이 과정이 전국 대도시 중에 가장 빠른 곳이다. 시에선 "이대로 놔두면 2040년쯤엔 지역 자체가 소멸할 것"이란 분석까지 나온다. 시골 지역의 붕괴 위기를 가리키는 '지방 소멸' 문제가 이젠 '도심 소멸'로 번지는 중이다.

시골처럼 소멸 위기 처한 구도심

"다들 '지방 소멸'이라고 하면 시골부터 떠올립니다. 하지만 대도시의 구도심이나 지방도시 소멸 문제도 못지않게 심각한데 관심을 덜 받고 있어요."

한국고용정보원 이상호 부연구위원은 "지방 소멸은 결국 도심 소멸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지방 소멸 문제에 관한 보고서를 국내 처음으로 썼다. 일본 정치인 마스다 히로야가 쓴 책 '지방 소멸'의 방법론을 차용해 한국의 지방 소멸 문제를 분석했다. 여기서 핵심은 '소멸위험지수'라는 지표. 출산율을 좌우하는 20∼39세 여성 인구와 65세 이상 고령인구 간의 비율을 비교한 것이다. 이 위원은 두 연령군의 비율이 1대1이 되어야 소멸 위험이 없다고 진단한다. 사람이 죽는 만큼 새로 태어날 여력이 있단 뜻이다. 20∼39세 여성인구가 고령 인구의 절반 이하면 '소멸 위기' 단계다. 특별한 반전이 없는 한 20~30년 내 자연 소멸할 위험이 아주 크단 뜻이다. 이 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영도구와 동구는 2016년 광역시 소속 기초자치단체 최초로 소멸 위기 단계에 진입했다. 인구 통계가 위기를 증명한다. 2008년 영도구 15만2118명, 동구 10만2764명이던 인구는 작년 각각 12만3521명, 8만8868명으로 줄었다. 10년 만에 인구가 20% 넘게 감소했다. 도심 소멸은 부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광주광역시 남구·동구와 대구 서구·남구 등도 소멸 위기 단계 진입 문턱에 있다. 모두 한때 번성했던 구도심이다.

다만 서울은 아직 소멸 위기에서 안전지대다. 소멸위험지수로 볼 때 서울서 가장 낮은 지역인 종로·성북구 등도 영도나 동구에 비하면 2배 가까이 높다. 이 위원은 "서울 같은 메가시티는 지표로 볼 땐 안전할지 몰라도 안심해선 안 된다"며 "서울은 집값과 물가 등 생활비 압력이 다른 대도시보다 훨씬 커서 저출산 문제로 이어질 위험이 높은 곳"이라고 말했다.

떠난 사람이 재개발까지 어렵게 만들어"영도 신선동이나 영도 청학동에는 빈집이 200~300채씩 있어요. 그 빈집이 사람을 몰아내는 겁니다."


영도구청에서 20여 년간 재직한 남순백(60)씨는 "밤이면 빈집을 점령한 노숙자들이 술 먹고 깽판 치고 불까지 지르는 동네에서 누가 살고 싶겠느냐"며 "특히 아이 가진 부모들이 제일 먼저 빠져나간다"고 말했다. 단순히 빈집이 늘어나기 때문이 아니다. 사람이 줄면서 학교가 사라지고, 병원이 사라진다. 초등생 아이 둘을 둔 동구 주민 김주영(40)씨는 "통학에만 30분 넘게 걸리는 게 부담이라서 학교 많은 동래구로 이사 가려고 한다"며 "또래 친구들이 하나둘 떠나니까 아이들도 전학 가자고 조르더라"고 말했다. 실제로 영도구와 동구의 만 3~17세 학령인구 감소는 전체 인구 감소보다 훨씬 속도가 빠르다. 2008년 영도구의 학령인구는 2만1606명, 동구 1만3489명이었는데 2017년 각각 1만1847명, 7468명으로 거의 반 토막이 났다. 빈집이 늘어나고 슬럼화가 진행되면서 원래 살던 사람도 견디지 못하고 떠나는 악순환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도심이 시골보다 붕괴 속도가 더 빠르다.

문제를 악화시키는 건 떠난 사람들. 이사 가면서도 집은 그대로 소유하는 사람이 많다. 기자가 초량동의 빈집 중 무작위로 10채를 골라 등기부등본을 열람해보니 모두 주인이 있었다. 재산 가치는 거의 없지만, 혹시 모를 미래의 재개발 기대 심리로 집 소유권은 유지하는 것이다. 동구청 관계자는 "그냥 빈집만 있으면 도로를 내고 재개발하는 데 한결 수월할 텐데, 집주인들이 소유권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서 사업 비용도 높아지고 추진 과정도 복잡해지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떠나는 사람이 재개발까지 어렵게 만들어 '도심 소멸'을 가속한다.

바보야, 문제는 일자리야"어릴 적 살던 동네라 애착이 많아요. 근데 살 수가 없어요. 동네서 할 일거리가 없어요."
A아파트에서 나고 자랐다는 최영주(33)씨는 "어릴 적 동네 친구 중 여전히 거기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했다. 취직이나 결혼을 하면서 모두 동네를 떠나 정착했다. 이 위원은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의 핵심 문제는 고령화나 저출산이 아니라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영도구와 동구는 어업과 조선업의 중심지였다. 세월이 지나면서 어장이 쇠퇴하고 조선업마저 중심이 거제로 옮겨가면서 서서히 지역도 쇠퇴 일로를 걸었다. 최씨는 "아버지는 어부이거나 조선소 직원이고, 어머니는 조선소나 조선소 인근 가게에서 일하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그런 집을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영도구청 관계자는 "중앙 정부에서 지방 소멸 문제를 바라볼 때 저출산에만 초점을 맞춰서 아이 낳는 부부 위주의 지원책을 많이 마련하는데 초점이 빗나간 것"이라며 "사람이 아이를 낳고 살 수 있는 환경을 다시 재건하는 게 문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소멸 위기 지역과 달리 최근 5년간 20~39세 여성 인구 비중이 증가한 세종시나 전남 무안군의 경우 공공기관 이전 등으로 인해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된 지역이었다.

부산시에서도 이런 위기를 의식하고 동구와 영도구는 물론 인근의 중구 등을 아우르는 '부산 원(原)도심 재생 사업'을 추진 중이다. 도심이라 교통 접근성이 좋고 바다를 낀 자연조건에 낡은 항만 시설 등을 관광자원으로 재활용한다는 것이 사업의 골자다. 무허가 판자촌이었던 영도 흰여울마을이 이런 재생 사업의 한 사례다. 바다를 끼고 있는 명당에 자리 잡은 마을이지만, 주민이 빠져나가면서 슬럼화가 되자 2012년 아예 마을 전체를 관광지로 재개발했다. 부산 앞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풍광에 1960~70년대 정취를 간직한 빈집들 덕분에 영화 촬영지로도 각광받고 있어 주말이면 관광객이 수천명씩 몰리는 명소가 됐다. 기자와 함께 흰여울마을을 둘러보러 온 최씨는 "동네 떠난 지 10년인데 다시 와서 보니 이렇게 멋진 곳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됐다"며 "언젠가 여기로 돌아와서 카페라도 하나 차리고 싶다"고 말했다.